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16.8킬로그램의 망
고태식은 화이트보드 앞에서 고무 지우개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세 구역의 선이 만나는 가운데 십육 점 팔 킬로그램이 남아 있었다. 검은 가방에서 꺼낸 것은 값비싼 모듈이 아니라 그 무게를 흉내 낸 금속블록이었다. 그때 허탕이라 여겼던 쇳덩이가 지금 네 회사의 빈 상자를 한곳에 붙잡고 있었다.
고태식은 화이트보드 앞에서 고무 지우개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세 구역의 선이 만나는 가운데 십육 점 팔 킬로그램이 남아 있었다. 검은 가방에서 꺼낸 것은 값비싼 모듈이 아니라 그 무게를 흉내 낸 금속블록이었다. 그때 허탕이라 여겼던 쇳덩이가 지금 네 회사의 빈 상자를 한곳에 붙잡고 있었다.
이나경은 세 번째 청구의 사진이 첫 번째 아래 끼어 있는 것을 바로잡았다. 고태식에게는 비슷한 완충재였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회사가 돌아올 부품을 기다리는 날짜였다. 선을 함께 그린다고 네 장의 서류가 하나의 회사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후가 문을 닫았다. 합동분석실에는 공항의 아침 방송이 낮게 새어 들었다. 장승원은 회의석 끝에서 상체를 곧게 세우고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본인이 한 진술의 사본이 있었다. 전날 승원 자리에서 네 취소승인이 이루어진 것은 확인됐고, 실제로 인증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남아 있었다.
“오늘은 사람 이름을 정리하는 겁니까?” 승원이 물었다.
“반복된 물건 이동을 정리합니다.” 지후가 말했다. “진술과 다른 자료가 있으면 제시해 주세요.”
태식은 지우개를 보드 받침에 놓았다. 승원의 이름을 크게 쓰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았다. 자신의 이름으로 창고문이 열렸을 때는 그 한 줄을 누구도 쉽게 믿지 않길 바랐다. 임원 이름 앞에서만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나경은 구매명세에서 시작했다. 서로 다른 운송 품명 뒤에 같은 계열의 고가 산업부품이 있었다. 여섯 청구를 모두 끌어들이지 않았다. 포장중량을 걷어 낸 뒤 네 건에만 남은 순중량이 중심에 놓였다. 나머지 두 건은 그 선 바깥에 있었다.
승원이 보드를 봤다. “네 업체가 같은 부품을 잃었다면 업체끼리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회사별 상세명세와 출발지 자료를 각각 대조했습니다.” 나경이 답했다.
“보험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있죠.”
나경은 지급 자료를 훔친 물건의 선 위에 놓지 않았다. 그녀는 네 청구의 실제 손실을 가리켰다. 도착지에서 없어진 물건을 발견한 것과 공항 안에서 그 물건을 바꾼 것은 다른 순서였다. 반복된 지급만 보고 회사가 이득을 얻었다고 말하면, 사라진 생산라인 부품의 값은 아무도 보지 않게 됐다.
“네 청구는 허위가 아닙니다. 유효한 손실을 반복한 내부 교체망이 있었던 겁니다.”
태식은 그 말을 듣고 첫 가방 앞의 노란 격리줄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자기 기계가 틀렸는지부터 알고 싶었다. 지금은 기계의 표시 중량을 맞추려고 다른 물건을 넣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숫자는 정상으로 보이게 만들 수 있었다. 정상 숫자에 들어간 몸체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지후는 적재대의 물증을 다음 선에 붙였다. 리프트 하중이 내려갔다가 네 분 안에 돌아온 네 구간, 3번 적재대의 정지 시각, 열린 포장을 받친 알루미늄 받침 압흔이 있었다. 태식은 검사를 위해 세운 그 적재대의 우회 도면을 옆으로 옮겼다. 작업이 막힌 이유와 작업을 계속한 길도 함께 남았다.
운영실장은 그것을 먼저 봤다.
“이런 정지가 계속되면 화물이 밀립니다. 분석은 내부에 두고 정상 운항부터 확실히 하죠.”
“이미 우회 중입니다.” 태식이 말했다.
“우회도 정상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더 걷고 더 들어야 해요.”
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맞았다. 용철은 짐을 같은 자리에서 밀지 못했고 미화반은 바뀐 작업선을 다시 닦아야 했다. 그는 그 불편을 모르고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었다. 운영실장이 동료들의 힘든 일을 이렇게 앞세우는 것도 처음은 아니었다. 밤에는 그 힘든 사람들에게 오류라고 적고 빨리 풀라는 말을 했었다.
“더 걷는 거리와 필요한 사람은 인계에 넣었습니다. 보존 구간을 풀면 그 압흔은 다시 롤러 밑으로 갑니다.”
“부품은 이미 없잖아요.”
태식의 손이 보드 받침을 눌렀다.
“없어진 방법은 여기 있습니다.”
지후가 두 사람 사이의 선을 짚었다. 작업을 모두 중단하겠다는 제안은 없었다. 필요한 구역을 보존하며 다른 운항을 유지하는 상태를 담당자가 확인했다. 태식은 우회가 종이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실제 인계 결과를 건넸다. 그가 기계를 안다는 이유만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오늘 움직이는 가방들의 길이 있었다.
나경은 반품창고 자료를 올렸다. 서류에는 받침재가 들어왔지만 입고 뒤 사진과 선반 하중은 비어 있었다. 문영식이 내놓은 원본과 서버시각 보정표가 그 차이를 붙들었다. 태식은 그 창고에 가면 부품들이 어딘가 선반에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곳은 물건을 숨긴 방보다 없는 물건을 받았다고 적어 재고에서 지우는 자리였다.
승원은 서류를 앞으로 밀었다.
“검수 누락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관리자가 제대로 안 본 책임을 제 승인으로 옮기지 마세요.”
“검수 누락은 따로 남았습니다.” 지후가 말했다. “실물 없는 전자수령을 승인한 단말은 여기 있고요.”
원격단말의 접속과 일회용 승인 발급은 옆에 놓였다. 지후는 실제 인증자를 오늘 승원으로 확정하지 않았다. 승원은 그 빈칸을 보고 조금 등을 폈다. 태식은 그 동작을 못 견디게 보고 있었지만, 지후는 상대가 편해 보인다는 이유로 칸을 채우지 않았다.
“그 절차가 정상 반품을 빨리 정리하도록 만든 예외인 것은 맞습니다.” 승원이 말했다.
나경이 취소된 반출예약 네 건을 폈다.
“그러면 이 네 건에 실물 확인이 없었던 이유도 설명해야 합니다.”
공항 밖 동일 보관업체의 약칭이 있었지만 해당 차량은 게이트를 지나지 않았다. 실제 출고가 없는 취소처리로 재고가 줄었다. 지후는 수취인 약칭이 붙은 것만으로 외부 업체 전체를 범인이라 부르지 않았다. 원본 예약, 실제 게이트, 취소승인이 각자의 칸에 있었다.
태식은 적재대에서 바뀐 물건의 선을 따라갔다. 실물은 사라졌는데 재고에서는 취소 출고로 없어졌다. 검은 가방은 그 순중량을 흉내 내 벨트에 다시 들어왔다. 태그가 정상처럼 읽히고 무게가 같으면 몸체를 보지 못하는 동안 기계는 틀린 물건을 정상 숫자로 보냈다. 태식은 오래 믿었던 귀가 그 모든 단계를 들을 수 없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19번은 고장난 벨트가 아니라 연습장이었습니다. 이제 누구 권한으로 돌렸는지 닫아야죠.”
운영실장은 전화가 울리자 화면을 엎어 놓았다. “그 표현은 외부로 나가면 안 됩니다.”
“외부 발표문을 쓰는 게 아닙니다.” 지후가 답했다. “사건의 중심을 정하는 겁니다.”
“공항 안 절도망으로 적으면 우리 보안이 뚫린 공항입니다.”
태식은 운영실장을 보았다. 자기 공구함이 봉인됐을 때도 공항의 명예는 멀쩡했다. 이제 기록의 선이 높은 승인권을 향하자 명예가 가방보다 무거운 짐이 됐다. 그는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지만, 지후가 원본 대응표를 테이블에 놓았다.
구매명세와 실제 손실, 하중 원본과 압흔, 빈 입고 자료와 전자수령, 예약과 게이트와 취소승인. 각각 다른 곳에 남은 자료들이 이어졌다. 사보테지라면 운항을 망가뜨리는 것이 목적이어야 했고, 단순 오분류라면 같은 산업부품의 빈자리를 같은 무게로 맞출 이유가 없었다. 지후는 대체 설명이 맞지 않는 위치를 하나씩 확인했다.
승원은 전체망을 자신이 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일부 승인 구조는 인정했고 그 안에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는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지후는 그의 말도 별도 진술로 남겼다. 실제 자료의 선이 이어졌다고 모든 사람의 고의까지 한꺼번에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산업부품 반복절도 사건에 정식 번호가 붙었다. 태식은 그 숫자를 읽고 나서야 손에서 보드 펜을 내려놓았다. 처음에는 목적지 없는 가방 하나였다. 이제는 여러 회사의 정당한 손실을 만들어 내는 내부 교체망이었다. 오분류와 사보테지 가설은 중심에서 빠졌다. 실제 부품의 현재 위치와 행동자들은 다음 수사에 남았다.
나경은 보험사와 피해회사에 지급보전 방침을 통지했다. 전화 한 통으로 모두가 기뻐하지는 않았다. 물건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담당자는 다음 공정을 위해 대체품을 이미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나경은 그 자료를 계약상 손실 확인에 남길 담당을 연결했다.
태식은 통화가 끝난 뒤 물었다. “이걸 들으면 좀 낫습니까?”
“적어도 네 회사가 공모했다고 먼저 돌리지 않았죠.”
“원래 그럴 일이 아닌데.”
“그 원래대로 가는 데 오늘 자료가 필요했어요.”
태식은 보드 한쪽의 금속블록 사진을 봤다. 첫날 검은 가방을 다시 벨트에 올렸다면 사진도 이 방의 선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판단 하나가 전부를 살렸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시계를 바로잡은 담당과 원본을 내놓은 창고관리자, 휴게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 버틴 로사의 표가 여기까지 함께 와 있었다.
회의가 끝나자 운영실장은 우회 인력을 다시 확인하겠다고 했다. 태식은 현장 배치가 실제 인계와 맞는지 보러 가기로 했다. 수사에서 답 하나를 얻었다고 동료들의 오늘 짐이 덜 무거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나경은 네 청구를 파일별로 다시 갈랐다. 한 망에 묶인 사건도 지급은 각자의 손실로 돌아가야 했다.
지후가 보드 밖 서류를 모으던 중 태식이 멈췄다. 합동분석표에 붙이지 않은 로사의 구형 출입증 사본이 있었다. 취소된 예약 차량번호의 네 자리와 같은 뒷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태식은 종이를 잡아 비교하려다가 지후를 불렀다.
“여기 번호도 보셔야겠습니다.”
나경은 예약 차량이 게이트를 지나지 않은 칸을 다시 열었다. 번호가 같은 것이 사람의 이동이 같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래도 확인할 문이 하나 더 생겼다. 지후는 로사에게 자료를 설명하고 본인 입회로 확인할 시간을 잡았다. 태식은 전화기에 그녀의 이름을 띄웠다가 내려놓았다. 혼자 먼저 왜 당신 번호가 있느냐고 물으면, 답을 얻기 전에 다시 그녀를 용의자로 부르는 셈이었다.
분류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태식은 새 카드를 문에 댔다. 짧은 소리 뒤 문이 열렸다. 몸과 이름이 같은 자리였다. 로사의 낡은 번호가 어디를 다녔는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는 자기 문이 열렸다는 안도보다, 다음 확인에서는 그 사람의 이름만 먼저 문 안으로 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붙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