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아래 19번 벨트
취소된 출고의 수취인
차량이 게이트를 통과하지 않았는데도 네 건의 출고 취소가 재고를 줄인 사실이 드러난다. 장승원의 자리에서 발생한 승인은 확인하되 실제 인증자는 열어 두고, 차량번호 입력과 가짜 출입증 자료의 관계를 다음 합동분석의 질문으로 남긴다.
장승원은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물류임원실 옆 감사석에 앉자마자 네 건의 출고예약표를 같은 방향으로 돌렸다. 서류를 읽는 사람에게는 편한 배치였다. 하지후는 그 손이 멎을 때까지 기다렸다.
“반품 건이라고 들었습니다.”
승원의 목소리는 낮고 또렷했다. 이나경은 준비해 온 질문 첫 줄을 봤다. 상대가 흥분하거나 발뺌하면 되물을 말까지 머릿속에 넣어 왔는데, 그는 이미 반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실제 차량이 게이트를 통과하지 않은 출고예약 네 건입니다.”
나경이 네 장을 펼쳤다. 수취인은 모두 공항 밖 같은 보관업체의 약칭이었다. 출고가 취소됐는데 그 처리 뒤 재고는 줄어 있었다. 입고에서 실물이 없었던 받침재가 서류를 따라 또 한 번 움직였다.
승원은 약칭을 보고 바로 설명했다. 급하게 돌아가는 반품은 예약 변경이 잦았고, 장비와 재고를 제때 정리하려고 예외 처리 경로를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현장에서는 서류보다 일이 빨리 움직이므로 임원 승인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나경은 그가 ‘현장’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조금 전까지 문영식은 직접 받지 않은 입고표 앞에서 손을 감추고 있었다. 지금은 같은 빈칸이 현장의 속도를 위한 배려로 설명됐다.
“반품을 빠르게 정리하려고 만든 예외입니다. 임원 승인을 범죄처럼 보지 마십시오.”
지후가 예약표 옆 빈 종이를 당겼다.
“승인할 수 있는 것과 실물 없이 취소한 것은 다릅니다. 네 건의 인증시각부터 보겠습니다.”
그는 출고예약과 실제 게이트 통과, 취소승인을 다른 줄에 놓았다. 나경도 같은 항목을 자신의 종이에 적었다. 회사 이름을 먼저 쓰고 연결선을 그으면 시작부터 누가 어느 편인지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오늘은 행위를 앞에 놓았다.
예약은 있었다. 차량번호와 수취업체 약칭도 있었다. 그러나 해당 차량의 실제 게이트 통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취소승인은 남았고, 그 뒤 재고는 내려갔다.
승원이 손가락으로 취소 칸을 두드렸다.
“그러니까 차가 안 왔으니 취소한 겁니다. 거기까지는 정상 아닙니까?”
“예약 취소는 설명됩니다.” 나경이 말했다. “실물이 나가지 않았는데 재고가 줄어든 부분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멎었다.
“그건 전산 담당자에게 물어야죠.”
“시스템이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담당 기록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예외를 누가 요청하고 어떤 확인을 거쳐 승인했는지 여쭙는 겁니다.”
승원은 펜을 들었다가 다시 놓았다. 나경은 작은 움직임을 의심의 증거로 쓰고 싶어지는 자신을 느꼈다. 그가 말을 고르는 이유는 많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손이 아니라 네 번의 승인이었다. 그녀는 시선을 서류로 돌렸다.
담당자가 취소 처리의 재고 변동 내역을 가져왔다. 나경은 결론을 듣기 전에 앞뒤 값을 읽었다. 한 번의 화면 오류로 보였다면 다시 계산하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네 건 모두 같은 지점에서 수량이 줄어 있었다. 같은 예외가 다른 청구 회사의 물건에 반복됐다.
“왜 이 네 피해 회사의 건에서 같은 방식이 사용됐습니까?”
승원이 고개를 들었다. “제가 그 회사들만 골랐다는 겁니까?”
“같은 예외가 적용된 경위를 묻고 있습니다.”
“어떤 답을 해도 그쪽 결론으로 들으실 것 같은데요.”
나경은 종이 밑에 적어 둔 보충 질문을 봤다. ‘네 번이나 왜 몰랐나.’ 그 문장은 그가 네 번의 실물을 볼 위치에 있었다는 가정을 품고 있었다. 아직 확인한 것은 승인 자리와 계정 기록이었다.
지후가 나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확인된 범위로 다시 묻죠.”
나경은 펜으로 그 질문에 줄을 그었다. 승원 앞에서 고치는 게 불쾌했지만 고쳐야 했다.
“이 네 건을 당시에 직접 검토하셨습니까?”
승원은 전부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급한 반품은 부하 직원이 먼저 검토했고, 임원실 단말을 쓰는 권한도 자신에게만 있지는 않다고 했다. 나경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을 회피로 바꾸어 적지 않았다. 동시에 직접 확인했다는 말로 완화하지도 않았다.
지후는 취소권한을 가진 세 사람의 실제 좌석 이용 시각을 확인하도록 했다. 누가 권한을 갖고 있는지와 누가 그 순간 앉아 있었는지가 따로 필요했다. 승원은 자신을 자리에 묶어 두는 조사냐고 물었다.
“다른 두 사람도 같은 기준으로 봅니다.”
그 대답 뒤에 지후는 승원의 진술을 별도 봉투에 넣었다. 단말 기록은 다른 묶음이었다. 나경이 두 자료를 합치려다 손을 멈췄다. 한 사람이 설명한 말이 기록의 뜻을 먼저 정하면, 나중에 맞지 않는 부분도 말에 맞춰 접게 될 수 있었다.
승원은 물을 마셨다. 유리컵 바닥이 탁자에 닿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나경은 자신의 종이컵을 보지 않았다. 이런 방의 가구 차이까지 상대의 의도로 읽기 시작하면 질문을 망칠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녀는 숫자에서 시작했는데, 이름을 얻은 뒤부터는 이름을 지키는 숫자를 찾으려 하고 있었다.
잠깐 쉬는 동안 지후가 복도에서 말했다.
“저 사람을 오래 아는 것처럼 질문하셨어요.”
나경은 벽에 기대지 않고 섰다. “기록에 계속 같은 자리가 나옵니다.”
“그래서 그 자리를 더 확인하는 겁니다. 성격을 안다는 뜻은 아니고요.”
“알겠습니다.”
대답은 짧았지만 속이 뜨거웠다. 반품창고에서는 관리자의 실수와 허위승인을 나누자고 자신이 말했다. 높은 직함 앞에 왔다고 그 구분을 없애면 같은 일을 하는 셈이었다. 그녀는 질문지를 다시 폈다. 모른다고 답할 수 있는 질문과 이미 답을 넣어 놓은 질문이 그제야 다르게 보였다.
자리로 돌아왔을 때 승원은 여전히 같은 자세였다. 나경은 처음부터 목소리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애쓰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짧게 했다.
“예외 승인 때 실물 출고 여부는 어떤 자료로 보셨습니까?”
“담당 확인이 올라오면 결재합니다.”
“이 네 건에 올라온 담당 확인을 제시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는 담당 부서에 확인하겠다고 했다. 나경은 그 답을 남겼다. 오늘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영원히 자료가 없다는 결론은 달랐다. 그래도 이제 그는 네 건 각각의 실물 확인을 설명해야 했다. 관행이라는 큰 말 뒤에 전부 넣을 수는 없었다.
세 권한자의 좌석 이용 자료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경은 승원의 눈치를 보기 전에 해당 시각부터 맞췄다. 복도 출입과 업무 단말, 예약 승인 표시에 쓰인 시간 기준이 같아야 했다. 다른 방에서 하던 오류를 여기서 되풀이할 이유는 없었다.
네 취소승인은 모두 장승원의 자리에서 이루어져 있었다.
나경은 그 줄을 읽고 펜을 꽉 잡았다. 몇 번이나 앞에 멈춰 섰던 임원실 문이 숫자 안에서 열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누가 실제 인증했는지는 여전히 남았다. 자리와 사람은 같지 않을 수 있었다. 나경은 결과 문장 끝에 그 제한을 붙였다.
승원이 말했다. “제가 말씀드렸죠. 자리라고 사람이 확정되는 건 아니라고.”
“맞습니다.” 나경이 대답했다.
그가 조금 등을 폈다. 그녀는 이어서 네 장을 앞으로 밀었다.
“그래서 네 건의 실물 확인과 인증자를 계속 확인합니다. 취소로 재고가 줄었다는 사실도 그대로 남습니다.”
승원은 더 웃지 않았다. 나경에게는 그 순간이 예상한 통쾌함과 달랐다. 상대를 몰아붙여 흔들리게 만드는 대신 빠져나갈 수 없는 질문을 좁힌 것이었다. 네 번의 빈 출고를 다른 직원의 검수 실수만으로 끝낼 수 없게 됐다.
자료 인계가 끝날 때쯤 고태식이 밖에서 연락했다. 우회선은 정상 인계됐고, 적재대 보전 구간에도 변화가 없다는 보고였다. 나경은 간단히 답했다. 현장은 여전히 짐을 옮기고 있었다. 위층에서 얻은 답 때문에 아래층의 근무가 저절로 쉬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승원은 나가는 나경에게 다시 말했다. 운영을 아는 사람이 조사에 있어야 오해가 줄어든다고. 나경은 그 말에 반박하고 싶은 것을 참았다. 여기까지 올라오기 위해 문영식이 원본 시각표를 내놓았고 태식은 현장 통로를 다시 만들었다. 그들이 운영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운영 기록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만 답하고 문을 닫았다.
예약 열람대로 돌아오니 네 수취업체 약칭이 다시 나란히 보였다. 실제 차가 오지 않은 예약이었다. 약칭을 전부 풀어 적는 일, 같은 업체를 가리키는지 원본에서 확인하는 일은 각각 남아 있었다. 지후는 그 업체 전체를 지금 공범이라고 쓰지 않았다.
나경은 예약번호와 차량번호를 원본 그대로 옮겼다. 실제 차량이 오지 않았는데 차량번호는 왜 필요했을까. 취소하면 사라져도 될 예약에 번호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숫자 끝에 물음표를 쓰려다 옆 칸으로 옮겼다. 원래 기록 위에 자기 생각을 덧씌우지 않으려는 습관이었다.
“차량번호를 입력해야 예약이 열리는 구조입니까?”
지후는 담당자의 확인을 받자고 했다. 단순 필수 입력인지, 다른 출입 권한과 묶이는지부터 구분해야 했다. 번호만 채워 넣으면 되는 칸이라면 가짜 차로도 출고예약을 만들 수 있었다. 인증과 연결되는 칸이라면 확인할 기록이 달라졌다.
나경은 오늘 확보한 자료의 목록을 펼쳤다. 화물 예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접근 수단도 있었다. 앞서 확보된 가짜 출입증 관련 자료였다. 그러나 서로 다른 번호 체계를 한 표에 억지로 붙일 수는 없었다. 원본을 다시 놓고 읽어야 했다.
“이것도 합동분석 목록에 남기겠습니다. 예약을 만든 수단과 취소한 수단이 같은지도 아직 모릅니다.”
지후가 목록을 확인했다. 그는 특정 직원 이름부터 쓰지 말라고 했다. 가짜 출입증이 있었던 사실과 이번 네 예약을 그것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다른 것이었다. 나경은 자료 이름 옆에 확인할 질문만 적었다.
태식이 자료를 가져오러 왔다. 그는 통로를 우회시킨 뒤 작업자들이 같은 짐을 한 번 더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나경은 잠깐 펜을 내려놓았다. 위층에서 한 사람이 관행이라고 부른 일의 무게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몇 사람이 실제로 들어야 하는 짐이 됐다.
“오늘부터 바로 정상으로 돌릴 수 있습니까?”
태식이 물었다. 지후는 보전할 구역을 담당자와 다시 확인한 뒤 안내하겠다고 했다. 나경은 수사가 진전됐다는 말로 대신 답하지 않았다. 아직 태식의 퇴근이 빨라진 것도, 피해회사의 부품이 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태식은 추가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 그대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조금 전까지 임원실에서 듣던 '운영을 아는 사람'이라는 말과는 달랐다. 그는 동료가 또 옮길 짐의 수를 알고 있었다. 나경은 합동분석 자료 첫 장을 다시 보았다. 번호를 좇다가 잃어버리면 안 될 것은 결국 없어진 물건과 그 물건 때문에 멈춘 사람들의 일이었다.
나경은 오늘 확인한 네 줄을 새 종이에 적었다. 실물 없는 입고. 실제 게이트 통과 없는 출고예약. 취소 뒤 줄어든 재고. 임원석에서 남은 승인. 그 아래 아직 비어 있는 인증자 칸을 그대로 두었다.
빈칸은 수사가 실패한 자리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이름을 잘못 넣지 않으려고 남겨 둔 자리였다. 그녀는 가짜 출입증 관련 자료 목록을 별도 확인 항목에 넣고, 내일 펼칠 네 회사의 손실 사진부터 다시 맞췄다. 없어진 물건을 설명할 선이 이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