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성의 리더십특강 리크루팅과 육성은 왜 실패 확률이 높은가?
최근 J시(市)에 있는 후배로부터 두툼한 책 한 권이 선물로 왔다. 고명섭 저자의 '생각의 요새'(교양인, 2023)다. 기쁜 마음에 책을 펼쳤는데 아뿔싸, 읽는 데 부담스러운 철학 칼럼 모음이었다. 돌이켜 보니 철학 관련 책은 대학생 때 몇 권 읽어 본 것이 전부였다.
후배의 정성이 고마워 큰맘 먹고 읽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총 99편의 칼럼을 엮은 것이라 호흡이 짧아서 부담이 줄었다는 점이다. 하루에 2편씩 읽으면 3개월 내에 완독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칼럼이라 해도 역시 글을 이해하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가물가물한 용어와 사조(思潮) 등은 챗GPT와 네이버의 도움이 필요했다.
■사랑은 왜 깨지기 쉬운가?
책의 12번째 항목 소제목은 '사랑이 왜 깨지기 쉬운가?'인데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자는 독일의 현대철학자 헤르만 슈미츠(Hermann Schmiz)의 '사랑의 현상학'이란 책을 설명하면서 고대 그리스의 파트너 사랑이 필리아(philia)와 에로스(eros)로 구성됐다고 한다.
필리아는 '혼인으로 가정을 이룬 남녀의 친밀한 관계'이고, 에로스는 '유혹적인 자극과 열광적인 흥분이 이루어진 황홀감'의 사랑이다. 두 사랑은 분리돼 있으며 자주 갈등을 빚는다고 했다. 그러다가 로마제국 시대에 이르러 두 사랑은 '아모르(amor)'로 통합이 됐고, 이는 현대적 사랑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모르로 통합이 됐다고 필리아적 요소와 에로스적 요소 사이의 긴장과 불화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사랑이 '감정'과 '상황'이라는 두 항목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은 내밀한 것이라 당사자는 자주 그 감정에 매달리고 매몰된다. 동시에 사랑은 파트너에게 공동의 상황에 충실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정과 상황은 존재 층위가 다르기 때문에 '감정-사랑'에만 빠져들면 '상황-사랑'에서 벗어나 표류할 수 있고, 반대로 '상황-사랑'만 앞세우면 '감정-사랑'이 꺼져버릴 수 있는데 이것이 '사랑의 딜레마'라고 표현한다.
결론은 사랑이 구조상 깨지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이를 인정하고 완숙한 사랑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랑이라는 환상의 베일을 벗고 사랑의 취약성을 잘 들여다 보아야 사랑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계사의 감정과 상황 관리
조금 지나친 비약일 수 있지만 리크루팅과 육성을 위에 말한 '감정과 상황'에 비유해 봤다. '설계사의 성장'을 감정으로 치환하면 상황은 '소득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성장이란 설계사별 맞춤형 성장과 직업적 비전을 말한다.
소득 비전이란 '돈'에 매몰되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뿐이다. 리크루팅과 육성에 실패하는 이유는 설계사의 비전을 소득(돈)으로만 국한시켜 보기 때문이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구분하며 3단계에서 소속·애정 욕구, 4단계는 존경 욕구, 마지막으로 자아실현 욕구로 구분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과거처럼 생계형으로 설계사 일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물론 소득(돈)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돈만이 일하는 이유의 전부가 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크루팅 후보자를 만나면 소득(돈)부터 얘기를 한다. 경력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GA 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상황이 끝나면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사라지고 이런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과거 지점장 시절 성실하게 일하는 분께 일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소득'과 함께 '소속감', '인정', '보람'과 '정(情)'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심지어 어떤 분은 동료 설계사를 가리키며 "쟤랑 같이 일하고 싶어서 다닌다"라는 말도 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느끼는 항목이다.
리크루팅과 육성을 잘하는 지점장은 '감정'과 '상황'을 균형감 있게 잘 관리하는 사람이다. 사랑이 깨지기 쉬운 구조인 것처럼 리크루팅도 다르지 않다. 사랑과 조직관리는 어렵고 힘든 일이며 성공을 위해선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민병성
보험 칼럼니스트
(주)KCA 대표.